1. 중학교 1학년 때,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봤다. 제목은 ‘친구’지만 영화에 친구가 나오지는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오성(준석), 장동건(동수) 두 주인공은 친구 관계가 아니다. 동등한 관계에서 친구관계는 형성되는 것인데, ‘친구’에서 두 주인공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장면만 한 때 친구관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오련과 바다 거북이 중 누가 더 빠를까하며 입싸움을 벌이던 어린 시절의 그들은 친구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갖기 시작하면서 점차 친구에서 멀어진다. 두 주인공은 ‘한 때 친구였던 사이’ 라고 볼 수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는 학생들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대해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2. 대학교 3학년 때, 우리대학 소속의 학교문화 연구소에서 각 학교 ‘짱’에 관한 주제로 질적 연구 발표와 실제 학교 짱들을 직접 초대하여 관련 이야기를 듣는 강연을 홍보하였다. 굉장히 놀랐었다. 교사들이 애써 외면한다고 생각하는 학교 하위문화를 조명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짱들을 직접 부른 다는 것은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폭력으로, 획득한 지위에 대한 인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필요없는 우려였다. 각 초등학교의 공부 짱, 음악 짱, 체육 짱들을 불러놨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짱이라고 하지 않는다. 모범생이라고 부른다. 이 책이 뛰어난 점은 교사들이라면 왠지 외면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대안까지 마련한 점에 있다.
3.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관한 이론적인 분석과 해석, 두 번째 구체적인 대안, 세 번째 학교폭력 해결 매뉴얼이다.
4. 저자는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근본 이유를 인정 욕구로 본다. 인정욕망이 좌절되면서 상처(수치심)를 받게 되고, 이는 적개심으로 변하며 폭력으로 드러난다. 가해자는 폭력을 통해 인정욕망을 충족하려 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권력 지위를 보여주고 인정을 받고자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교사와 끊임없이 기싸움을 하고, 교사 앞에서, 혹은 뒤에서, 불필요한 말대답, 조롱, 뒷담화를 일삼는다. 교사를 자신의 링으로 끌어들여서, 교사와 동급으로 싸우는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려한다.
5.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으로 보면, 인정 욕구 충족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먼저 기본적인 욕구들이 충족되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안전하지 않다면, 인정 욕구 충족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정이 정서적 휴식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아버지에 의한 폭력이 발생하는 공간이라면, 자신이 언젠가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공간이라면.
어쨌든 저자는 학생들의 인정욕망을 긍정적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대안을 구성하였다. 다른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함으로써.
6. 구체적인 예방 방법으로 ‘학교 평화 교육’을 도입한다. 이는 학급 공동체를 단단하게 재조직하는 것이다. 문화 만들기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학급 규칙 만들기, 다양한 놀이 문화를 통해 폐쇄적인 그룹 허물기, 영향력 나누기, 문집 만들기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했다.
7.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보이는 여러 행동들의 이유(교사와 기싸움, 폐쇄적인 그룹 만들기 등), 화목한 학급을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 화목한 학급 만들기는 어렵지만 꼭 해야 한다는 것, 학급 운영 관련 사항은 꾸준히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 학생들과 관련된 문제해결은 상담이나 몇 가지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여러 관계들이 얽힌 문제를 해결 할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린 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