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나는 작가라 여러분에게 성공하는 법 같은 것을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말하다. 김영하. 크레마 33p